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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흔드는 디지털 화폐 시대, GENIUS 법안의 명암은?

GENIUS 법안: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인가, 세계금융위기의 초석인가?

2025년 6월 17일, 미국 상원은 중요한 금융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른바 GENIUS Act라 불리는 이 법안은 미국 내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을 본격적으로 규제 대상으로 삼고, 일부 대기업이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업계에는 환영받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법이 차기 전 세계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시대의 ‘카지노 칩’

먼저 스테이블 코인의 개념부터 살펴봅시다. 스테이블 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치가 변동적인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달러와 같은 특정 법정화폐나 자산에 1대 1로 고정된 가상화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달러에 1코인의 가치를 보장하는 t-코인을 발행한다면, 사용자는 항상 1달러로 이를 사고팔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마치 카지노에서 일정 환율로 칩을 사고 게임 후에 다시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과 유사하죠.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그 기업의 신뢰도와 자산 보유 현황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해당 기업이 충분한 현금이나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사용자들이 대규모로 환전을 시도할 경우 시스템이 붕괴되고 가치는 0에 수렴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로, 2022년 한국의 Terra-Luna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는 순식간에 무너져 약 5천억 달러가 증발했고, 이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출처 보기)

GENIUS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GENIUS 법안은 이런 무질서한 시장을 걱정한 규제 당국이 도입한 새로운 룰입니다. 법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일정 금융 기준과 자본금을 만족해야 함
  • 발행 주체는 자산(주로 미국 국채)으로 충분히 뒷받침해야 함
  • 투명한 보고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주기적으로 규제기관에 보고해야 함

문제는 이 법안이 언뜻 봐서는 안전장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시스템 리스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요:

  1. 민간 기업의 통화 주권 위협: 아마존, 월마트 같은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기업 간에 적용되지 않는 화폐들이 생기고 거래 불일치 문제가 생깁니다. 예컨대 아마존 코인으로 월마트에서 결제가 안 된다면 결국 달러는 점점 거래 수단으로서의 위상을 잃게 됩니다.
  2. 기업 파산 후 대량 환전 가능성: 발행 기업이 경영 악화로 인해 보유 자산이 줄어들면 사용자는 발빠르게 코인을 환전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렇게 대량 환전 사태가 벌어지면, 보유 자산(일반적으로 미국 국채)의 급격한 매도로 이어지며, 이는 금리 상승, 채권 가치 하락,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로 번질 수 있게 됩니다.
  3. 규제 실패의 전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미국 금리 상승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파산했습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와 규제기관은 위험을 간과했고, 비슷한 상황이 스테이블 코인에서 반복된다면, 시장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SVB 사건 자세히 보기
스테이블 코인, 왜 이렇게 인기를 끌까?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 코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 정산 속도 단축: 하루 이틀 걸리던 금융 거래를 실시간, 수초 내로 처리할 수 있는 장점
  • 해외 송금 비용 절감: 중개 기관 없이 국경 너머로 빠른 송금 가능
  • 브랜드 중심 생태계 구축: 기업은 자체 코인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플랫폼 장악력을 강화할 수 있음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은 ‘그 회사가 안정적인 자산 기반을 유지할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만약 발행사 중 하나라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경우, 연쇄 작용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직면할 수 있는 연쇄 작용 시나리오

1. 아마존코인 발행량 증가 → 투자자 신뢰 하락 → 대규모 환전 시도
2. 아마존이 보유한 미국 국채 시장에 매도 압력 → 채권가치 하락
3. 미국 금리 급등 → 글로벌 자산 시장 및 금융기관 리스크 증가
4. 신흥국 외환 유출, 금융 붕괴, 글로벌 경기 침체 가속화

사실 이런 형태의 사태는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1991~2002년 아르헨티나에서는 페소와 달러를 1:1로 고정하여, 외환유출과 교역 불균형을 초래했고, 결국 국가 전체가 디폴트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이것이 국가가 아니라 기업 단위의 화폐 발행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입니다.

책임 있는 중심 통제와 글로벌 규력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미국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G20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이 발행하는 코인은 반드시 공적 기관을 통한 사후 지급 보증이 있거나, 디지털 중앙은행화폐(CBDC)와 연동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가 ‘디지털 금융 패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GENIUS 법안은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뿌리 깊이 숨겨져 있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지금은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위기가 다가올 때 스테이블 코인의 진정한 위험성은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디지털 자산 시대의 안정성과 혁신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 투자자가 모두 함께 신뢰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을 잊고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