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XRP의 은행업 진출과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의 변화 물결
2025년 8월,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에서 또 한 번의 거대한 움직임이 발생했습니다. 리플(Ripple)의 대표 암호화폐 XRP가 미국 뉴욕의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업 인가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으며,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기관의 틀 안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한 기업의 확장이 아닌,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걸친 규제 명확화와 제도권 진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1. XRP, 단순한 디지털 코인이 아닌 '은행'으로 진화하다
기존의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익명성, 국가 통제를 벗어난 거래 등의 특징으로 인해 중앙은행이나 금융 당국과의 갈등 요소로 작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리플은 미국 통화감독청(OCC: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에 ‘전국 은행 면허(National Bank Charter)’를 신청하며, 금융기관으로서의 합법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결제 수단 이상의 기능, 즉 법적으로 규제되는 신뢰 기반의 금융 인프라를 구성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랩스 CEO는 이를 두고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새로운 신뢰 기준”이라고 언급하며, 연방준비제도(Fed)와 직접 연결되는 마스터 계좌 신청 사실도 함께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리플은 자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의 준비금을 연준에 직접 보관하고 운영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2. SEC와의 오랜 법적 분쟁 종결… 주요 규제 리스크 해소
리플이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진입을 본격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장기적 소송 종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SEC는 2020년 말 리플과 XRP가 등록되지 않은 증권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그러나 2025년 8월, SEC는 공식적으로 항소를 철회하며 사실상 리플과의 법적 다툼을 종료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리플에 대해 적용된 '불량 행위자(disqualified actor)' 지정도 해제되었고, 이는 사모 시장에서의 자본 조달을 다시 허용하는 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자마자 XRP의 거래량은 대폭 증가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리플은 Reg D(사모 증권 등록 면제) 규정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상장사 포함 다양한 기업들이 XRP를 보유하거나 추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3. 스테이블코인 RLUSD, 금융 플랫폼 구축의 핵심 축으로 부상
‘스테이블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달러 등 실물 자산에 연동된 암호화폐를 말합니다. RLUSD는 리플이 야심차게 준비한 스테이블코인 브랜드로, 규제 친화성과 신뢰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RLUSD의 시가총액은 테더(USDT), USDC, 페이팔의 PYUSD 등 주요 경쟁 코인 대비 상대적으로 낮지만, 연방의 은행 인가 및 연준 계정 보유가 허가될 경우 경쟁력을 급격히 강화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RLUSD를 기반으로 한 결제 플랫폼 구축은 리플의 핵심 전략 중 하나이며, 최근 캐나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기업 ‘레일(Rail)’을 2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러한 의도의 일환입니다. 리플은 고객들이 직접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빠르고 안전하게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호환성을 제공하며 기관 및 대형 기업 고객을 겨냥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4. 경쟁 구도: USDC 발행사 서클도 은행업 인가 신청
리플의 이런 움직임에 맞서 서클(Circle) 또한 공식적으로 ‘퍼스트 내셔널 디지털 커런시 뱅크(First National Digital Currency Bank)’ 설립 신청을 통하여 디지털 금융기관으로의 탈바꿈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는 USDC에 대한 규제 준수, 수탁 서비스 강화, 그리고 금융 시스템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처럼 암호화폐 발행사들이 ‘은행 인프라’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법적으로 안전하며, 기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연방 통제 하의 금융 서비스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이미 2천500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5. XRP ETF 등장? 블랙록과 기관 투자자의 변수
SEC의 소송 철회 이후 XRP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기대도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XRP 기반 ETF가 이더리움 ETF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 이유는 XRP의 법적 문제 해소, 유동성 회복, 규제 명확화 등의 3박자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ETF의 실질 출시 여부에는 여전히 냉정함이 존재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XRP 기반 ETF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이는 규제를 떠나 수익성과 실제 고객 수요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ETF 시장은 기관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수요, 높은 유동성, 명확한 법제도 등의 3박자가 갖춰져야 하며, 아직 XRP는 이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6. 무엇이 시장을 변화시켰나: 리플의 전략적 행보 분석
리플은 2025년 들어서만도 다양한 전략적 사업을 전개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레일 인수 외에도 과거 USDC 발행사인 서클의 인수를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현재 다양한 트레저리 솔루션을 통해 XRP의 기업 활용도를 강화하는 중입니다. 예컨대, 비보파워(VivoPower)는 약 1억 2,1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 세계 최초의 XRP 전용 금고 'XRP 트레저리' 구축에 나섰습니다.
7. 향후 전망: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진입, 시작일 뿐이다
모든 암호화폐가 법적 안정을 확보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플 사례는 분명 ‘디지털 자산이 제도금융권의 기반 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암호화폐 기반의 디지털 은행, 국경을 초월한 실시간 결제 시스템, 스테이블코인 기반 중앙화된 금융상품까지 다양한 사업 모델이 가능한 세상을 예고합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더라도, 리플은 단순한 암호화폐 발행사를 넘어 차세대 디지털 금융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규제 상황에 따라 스테이블코인·결제·자산보관·투자상품에 이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기반 종합 금융사의 모습을 갖추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과거의 변동성과 투기적 특성에서 탈피하여, 제도화된 신뢰 중심의 미래 금융산업으로 발전하는 길목에서, 리플은 그 선두주자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리플이 어떤 정책, 어느 국가의 규제 시스템에 맞춰 사업을 확장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의 벽을 넘고, 디지털 자산이 진짜 ‘화폐’로 인정받는 그 날까지,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